글을 쓰는 시점에서, 스위스의 확진자 수는 연방 보건부 기준 8386명입니다. 전 세계 Covid 19 통계 자료로 자주 사용되는 https://www.worldometers.info/coronavirus/ 에 따르면 현재 9877명, 미국의 주에 해당하는 26개 칸톤의 발표를 개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9896명입니다. 하루 확진자가 500 / 1000명에 이르는 상황을 감안하면 각각의 통계 수치는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1-2일 차이가 납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스위스 질본 Danial Koch씨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우선 각각의 칸톤내 병원들에서 집계된 확진자 수가 집계됩니다. 칸톤의 담당자자는 오후에 연방정부의 웹사이트에 있는 서식을 다운받고 출력하여 꼼꼼하게 손으로 그날 확진자의 수를 적고 "팩스"로 스위스 질본에 보고합니다. 질본 담당직원은 아침 8시에 출근하여 26장의 팩스 원본을 확인하고 한장 한장 손에 침을 뭍혀가며 확인한 후 질본 본부장 Danial Koch에게 보고합니다. 전 세계에 발표되는 중요한 숫자에 오류가 있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지요. 스위스에서는 개개인이 오류를 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인이 보기에도, 스위스 일반 대중이 보기에도 심하게 답답한 프로세스가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600년이 넘는 중앙 집권의 역사를 가진 한국은 그 만큼의 지방 분권의 역사를 가진 스위스를 이해하기 쉽지 않다 생각됩니다.
한국에서 31번째 확진자가 나온 시점은 2월 17일. 스위스에서는 일주일간의 스키 방학이 시작하는 때였습니다. 2차대전 이후 스키 리조트 방문객이 사라졌을 때 스위스의 공립학교들이 겨울철 학생들의 체육 시간을 모아 일주일간 산에서 스키를 태우던 전통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지요. 일주일 후, 이탈리아에서 심상치 않은 뉴스가 전해집니다.
이탈리아는 스위스와 매우 가깝습니다. 바이러스의 발원지 롬바르디아 평원의 밀라노까지, 저희가 위치한 리비에라 몽트뢰에서는 직행 열차로 3시간, 자동차로 4시간 거리에 있습니다. 이탈리아 이민 2,3,4세대 등이 거주하는 보(Vaud)칸톤에 확진자가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탈리아에 다녀옵니다. 한국은 31번 확진자 이후 폭발적인 증가세로 확진자가 늘어납니다. 동시에 이탈리아의 확진자가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스위스는 스키방학 이후, 대기업 또는 공공 기관들에서 이탈리아에서 돌아온 사람들을 통제하기 시작합니다. 이들의 재택근무는 2월 말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스위스가 본격적으로 조치를 취한 시기는 이로부터 3주 후입니다. 학교를 폐쇄하고 모든 직장인들은 가능한 재택근무를 하게 됩니다. 필수 품목을 판매하는 사업체 이외에는 모두 문을 닫게 되고 10인 이상, 5인 이상 모이는 것을 금지하는 훈령들이 단계적으로 내려집니다.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WHO에서 글로벌 판데믹을 선언한 이후 모든 것이 바쁘게 돌아갑니다. 이로 부터 2주 후의 시점이 바로 지금이지요. 확산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입니니다. 확진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고 로그 스케일에서도 계속 올라갈 만큼 무서운 증가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친절하지도 않고 신속하지도 않은 스위스의 확진자 수는 드디어 한국을 추월했습니다.
불안했던 나머지, 페이스북의 루머를 포함한 각종 신문과 기타 소스를 확인했습니다. 한국같이 미친 수준의 검사를 시행하고 있는건지, 사람들이 집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정부의 '지침'을 따르고 있는건지. 3월 21에 드디에 스위스 전체 검사 수가 나온 기사를 찾았습니다. 누적 5만건. 이 시점에 확진자 수 6853건. 인구 백만명당 기준으로 한국 수준을 넘보고 있습니다. 참고로 중앙정부가 힘을 쓰지 못하는 이탈리아에서 사력을 다해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부자도시 밀라노를 중심으로 한 숫자는 3450입니다.

24일 현재 누적 검사수는 8만건입니다. 누적 검사수가 늘어가는 것 뿐만 아니라 일일 검사 역량또한 늘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의 검사수는 전세계의 표준으로 자리잡았으니 따로 말씀드릴 필요가 없다 생각됩니다.
지방 분권의 흔적은 지역별 확진자와 관련이 있다 생각됩니다. 이탈리아와 접경한 티치노를 제외한 1,2,3위는 보(Vaud), 제네바 그리고 취리히입니다. 공교롭게도 이 세 칸톤은 유럽 순위에 꼽히는 큰 대학병원이 위치한 곳이며 인당 GDP가 10만불을 넘어가는 부자동네이기도 합니다. 많은 확진자 수는 테스트 역량과 건수와 관계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국에 비하여 의사결정의 단위가 줄어든 것이니 그 결과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일상은 평온합니다. 산책길에는 사람들이 두배로 늘었습니다. 사재기가 조금 있습니다. 어디에서 퍼졌는지 모를 화장지 괴담은 스위스를 비켜가지 않았습니다. 49:51의 싸움인 것 같습니다. 의사결정하는 사람들을 믿고 나의 본분을 다하겠다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비율. 저희 의견으로는 스위스는 아직까지는 전문가를 믿는 분위기입니다.
Comments